강제동원

국민통합과 평화, 인권신장에 기여

강OO 할머니 이야기

강OO 할머니 이야기 - 대만, 인도네시아에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됨

강OO 할머니 이야기
  • 1923년

    출생

  • 1940년 경

    경상남도 하동군에서 동원

  • 1940년 경

    일본을 경유하여 대만으로 이동, 대만에서 3년간 일본군 '위안부' 생활

  • 1943년 경

    네덜란드령 보르네오(현 인도네시아) 발릭파판으로 이동,
    발릭파판에서 2년간 일본군 '위안부' 생활 강요 당함

  • 1946년 경

    발릭파판에서 일본을 경유하여 귀국

할머니가 어떤 어려운 일을 겪으셨는지 말씀해주세요.

하루는, ‘도아야! 가라는 데로 가면, 우리가 부자가 된다’ 카고, ‘먹고 살기가 괜찮다’고 카고. 그래 내가 가만히 생각하니까 내가 가면 나도 잘 먹고 잘 입고, 부모 형제간도 잘 살고 할꺼니, 그래볼까 생각하고 있다 그랬더니. 와 가지고는 아무 날은 데리고 간다고 해. 거기 가서, 노력을 하면 돈을 부쳐 보내 살게 해준다고. 그 참, 내가 가서 시키는 대로 하믄 돈을 부쳐 보내주면 부모형제가 살기가 괜찮을긴 갚다. 그래 생각해서 따라 간 거지.

어디로 가게 되셨어요?

그래. 갈 때는 대만을 거쳐서, 인도네시아로 갔지. 그 이름이 바리코빠빵(발릭파판). 바리코빠빵이라고. 쪼깨맨[작은] 사람(강도아 할머니를 지칭)만 나오라 해. 큰 거 나오란 소리 안 해요. 맨날 오면 쪼깨맨 사람만 나오라 해.

나이 어린 사람만 찾는다구요?

몰라요. 맨날 내만 찾는다. 맨날 쪼깨맨 사람. 만날 요런 것 데려와. 나중에 스물한 살 먹었는데 나를 열다섯 살 밖에 안보데요. 해방이 되고 나니 미군들도 다들 그래요, 나를. 열다섯 살 밖에 안 먹었다고. 쪼그마하다고.

할머니가 제일 어렸어요?

내가 거기서 최고 작지.

할머니가 가실 때 어떤 일을 한다는 건 아셨어요?

몰랐지.

부모님도요?

네. 몰랐지. 돈 많이 부쳐준다 한다는 것만 알았지.

돈 벌수 있다는 말을 한 사람은 누구였어요? 그 말을 한 사람은요.

면에서. 면에서 그렇게 해서 간 거죠.

대만에 가서 무슨 일을 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가면, 밥이나 해먹고 하면, 이내 뭐 청소나 할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 짓 할 거라고 생각도 안했지. 꿈에도 생각 안한 일이고. 가면 그저 저 식모처럼 데려다 밥이나 시켜먹고, 빨래나 시키고. 이런데 뭐 청소나 시키고 그런 거 하는지 알았지. 그런 거 할 거라 생각을 했겠어. 했으면 따라 가기나 따라 갔겠어? 물에 빠져 죽으면 죽었지. 집에서도 안 보내줬을 긴데. 식구가 워낙 많고, 먹을 것도 없고, 그러 니께 거기 가면 돈 많이 부치 준다고 하니 보내줬지.

대만에 처음 갔을 때 어떠셨어요?

대만의 기억이. 기억이, 휴. 나이도 어렸을 뿐더러 무엇이 어찌되고 어찌되는지도. 저거 시키는 대로 안하면 맞아 죽으니 할 수 없어서 하는 기지, 하고 싶어서 했겄소.

대만에서 할머니한테 처음 군인이 왔을 때가 언제였어요?

언제부터인지, 아이고. 그런께네. 내가 거기 밥도 해주고, 또 저 빨래 같은 거 씻어 주고. 저그 [위안소 사람들] 다니는 길목에 청소해주고 하니까. 나는 고마 저런 거는 안할 끼라고 그래 생각했지. 내 딴에는 그래 생각했는데. 그 일만 시킬 줄 알았지. 그런 거 할 줄 몰랐지. 한달 쯤 넘어 있었을끼야. 그런 일 한게. 응. 그러니까 내 딴에는 별게 아니지. 고 때는 인제 청소하고, 뭐 빨래 같은 거 하고 밥해주고 그런 거는. 심부름 같은 거나 하고. 인제 그 일이니께네 이 일은 하겄다 싶었지요. 그랬는디 갑자기.

갑자기 일이 바뀌었어요?

응. 한달쯤 넘은거 같아. 안 할려고 하니까. 뚜드려 패고 잡아갔고. 죽기 살기로 두드려 패주지. 잡아 갔고 죽도록 패주지 말로 못하요. 밥도 굶고 사흘로 엎드려 있다가. 그 뭐 자그마한 게 뭐. 건장한 장골들이 때려잡는데 누가 그걸 견딜 수 있겠소. 말로 몬 해요. 남 부끄러워서 말 안 할라고 했는데. 이제 죽을 때도 됐고. 남 부끄러운 것도. 처음이 되놓은게 이 아래가 찢어졌고. 아래가 찢어져 버렸어. 세 갈래나 네 갈 래나 찢어져서. 아래를 무슨 거석을 해야 걸음을 걸을 낀데. 말도 마라.

많이 아프셨겠어요.

하모. 말이라고 하나요, 그걸. 그 생각만 하면. 내가 젊은 사람들을 보고 이 소리를 할 때는 오죽하면 이 소리를 하겠어. (울먹이며) 바리바리 찢어져서. 그걸 그 나이에 말이라고 하나.

의사한테 갔어요?

의사한테 가지도 안했고. 소독물에 씻어 내고. 아이고, 아이고. 넘 부끄럽소.

처음에 한 사람만 왔어요?

이것도 들어오고 저것도 들어오고. 내가 고함을 지르니께네. 쌔리 마 두드려 패고. 주둥이를 막 틀어막고.

처음부터 몇명이 왔어요?

하모. 첫날도 몇명 받았지. 아고 모르겄소. 기절했는가 우찌 됐는고. 어떻게 되었는지 몰라. 어떤 놈이 들어 와서 어떻게 했는지도 잘 모르겄고

대만에서 할머니가 있었던 곳으로 온 사람들이 주로 어떤 사람들이었어요?

모르겠어. 간이 뒤집어져서 그때는. 대만에서는 무엇이 어떻게 됐는지 몰라요. 내가 자꾸 내 몸만 숨길라 카고. 사람 보려고 하지도 않고. 아무것도 눈에 보이도 않고. 그런 거 기억도 없어.

같이 있던 여자들도 어떤 일하는지 모르고 왔대요?

그 사람들도 모르고 온 모양이요. 같이 있던 여자들이 떠드는 걸 듣구. 내뿐이 아니라, 이 사람들도 모르고 왔구나 싶으고.

대만에는 얼마나 있으셨어요?

한 3년 있었어.

대만에서 3년 있다가 발릭파판으로 옮기신 거예요?

응.

군인들이 할머니한테 뭐 주는거 없었어요? 주는거.

표 쪼가리. 표 쪼가리 줘야 주인한테 갖다 주지. 다 마치고 나면 갖다 줘.

다 마치는 시간이 언제예요?

다 마치는 시간이 여기 시간으로 하면 한 7시나 8시나 될까. 그리되서 마칠 때가 있고 10시가 넘을 때도 있고. 거 들어와서 시간제로 자고 가는 그거지. 밤새도록 자고 가는 놈은 없지. 거 밤새도록 자는 데가 아니다.

할머니 표 쪼가리 갖다 주면 주인이 기록해둬요?

네. 나중에 돈 준다고 해. 우리 집에 돈 부쳐줬냐 하면, 돈 부치줬다 해. 이거 다 이래 놔야 집으로 돈 부치 준다고.

할머니 한사람 오면 보통 얼마나 있어요?

그건 대중 없소. 그건 빨리 가는 놈 도 있고 , 오래 견디는 놈도 있고. 밤새도록 자는 놈은 없었지. 금방 가는 거지.

술 먹고 행패부리는 그런 사람은 없었어요?

왜 없어요. 술 먹고 행패 부리고. 그런 사람이야 말로 다 못한다. 다 받아줘야지. 우짤끼고.

말리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 건 없어. 다 받아줘야 되지.

도망갈 생각은 안해봤어요?

탈출은 꿈을 꿔도 못 나와. 도망가도 뭐. 섬이되서 도망도 못가요. 가도, 갈 데가 없느니라.

할머니 병 걸린 적은 없었어요?

왜 안 걸리노. 그 후유증으로 나와서도 병 갖고.

병 걸리면 어떻게 했어요?

병이 걸리는 날이면 손님을 못받지. 손님 안 받지.

걸렸다는 것은 누가 판정해 줘요?

걸렸다하는 것은 의사가 판정하지. 두발을 올려놓고 검사를 하거든. 병 걸렸는가 안 걸렸는가 검사를 하고. ‘삿쿠’(콘돔) 라고 또 끼우는 게 있어. 남자들. 그거 끼우고 그래도 병 걸리는 사람은 걸리지. 인자 심한 사람은 입원도 하고 약도 가져와서 뿌리고 뭐. 별 짓을 다하지요. 난 딱 한번 걸렸어. 오래 가진 안 하더만. 그래 내가 요새 다른 사람은 다 아이 낳고 살고 하는데 어째서 나는 이 모양이 됐을까 하고....

검사를 언제 했어요?

응. 일주일만에. 병원이 거 옆에만 날 붙어갔고 있는데가 있는 갑데요. 일주일에 한번씩 검사라고 하여 차 태워가지고 바로 앞에 내려서 죽 ‘나라비’를 서가 검사하고. 그 병원에 일반인은 없고요. 딴 사람들은 아무도 안 보이고, 만날 보이는 사람만 보이니까네. 그게 만땅 군인인지 알지.허사도로 배타고 들어갔지.

할머니, 입원은 안 했어요?

난 입원은 안 하고. 거기는 기후가 그석해서 그런가 우짜 그런고. 거 가는 사람 말라리아 걸리기 마련이여. 말라리아는 거 간 사람 안 걸릴 수가 있는가요. 말라리아 안 걸린 사람 별로 없어. 난 두 번뿐이 안 걸렸데요. 병원 가고 약 먹고 뭐. 한번 걸리면 오래가요. 그 거 얼른 끊어지지도 않아요. 얼른 안 떨어져.

그럴 때는 인제 손님 안 받아도 되는 거죠?

와 안받아요. 그래도 받아야 되죠. 말라리아 그거 갖고는 들은 체도 안 한다요. 병원에. 주로 병이 걸렸다고 안 받는 거는 아랫병이나 나야 그걸 큰 병으로 삼지 그 외에는 큰 병으로 안 삼소.

‘바이도쿠(梅毒 : 매독)’ 같은 건 안 걸렸어요?

그런건 안 걸리죠. 그런 흉악한 것을. 걸렸으면 어찌될끼고. 걸린 사람도 있긴 있었다. 그러니까 ‘삿쿠’를 끼는거요. 그런 거 못 걸리라고, 하모. 군인도 주머니에 넣어 다닌다. 그런 건, ‘삿쿠’ 같은 건. 저그도 병 걸리면 큰일이거든.

씻는 물 같은 건 없었어요?

소독물이지 뭐. 흰색이지요. 대만에서도 있었고. 혹시나 사람일은 모르니께니 소독물에 씻어야지. 지 몸을 위해서 귀찮아도 꼭 씻어야지.

할머니, 멘스는 언제부터 있었어요?

19살(1941년경)넘으니까있대요.

할머니, 멘스 있으면 군인들 안 받았어요?

있어도 소용없지요. 그때도 소용없다.‘삿쿠’ 끼우면 지들한테는 아무 관련 없는기라.

다친 적은 없어요?

발릭파판에서 두드려 패니까 도망가다가 잘못 짚어서 팔이 부러졌지. 두드려 맞고. 뭐, 붙들어 매고. 맞는 건 그런건 예사고. 팔이 이러고. 지금 생각하면 도망갈 데도 없는데 천하에 바보지.

할머니 그 생활은 언제 끝나셨어요?

대동아전쟁 끝날 때쯤 간호복을 입으라고 해서 입었어. 그때 모자 쓰고 흰 옷 입고. 어디서 그런거를 가져 왔나 몰라. 살라고 발광이라. 해방된 그 이듬해에 나왔어. 대동아전쟁. 대동아전쟁 해방된 그 이듬해 나왔어.

누가 간호복을 입으라고 했어요?

주인들이. 안입으면, 거길와서 있는 줄 알면 안 된다고. 저 사람들이 우리가 거길 와서 있는 줄로 알면 그냥 놔두질 안 해요. 남아 있지를 안 하는 기라. 우리가 거기 있는 줄 알면. 그런 땜에 그 때 한기라.

간호복 입고 뭐하셨어요?

아무것도 안했어요. 그사람들 보기에 입었다 하는 거지. 그걸 입고 뭐 하는 것도 아니고 다급해 놓으니께 입힌거지.

간호복 입고 병원에서 일하지는 않았고요?

응. 아무것도 모르는데.

간호복을 그 사람들이 왜 입으라고 했을까요?

그 사람들이 입으라고 하더라고. 이걸 안 입으면 안 되게 되어 있다고. 그래 안하면 어떻게 할거요. 거기에 우리가 거기로 와 있는 줄 알면 안 된다는 기라. 몸이나 팔고 그런거 하러 와서 있는 줄 알면 안된다 쿠는기라.

높은 사람들이 왔을때 할머니가 간호복을 입고 있었어요?

응 그렇지.

그렇게 안 입으면 죽는다고 그랬어요?

그 사람들(연합군에게) 잡히면 맞아 죽는다고.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 안하게 되어 있으니까 입으라 그러는 기라. 간호원이면 주사를 놔 보라고 그러데요.

진짜 간호원인지 아닌지 조사를 했나봐요?

예. 간호원이거든 팔에 주사를 놔 보라고. 그것도 아무라도 하는게 아니더라꼬요.

들통 안났어요?

들통 안났어.

인도네시아 주둔 제7방면군 직속 남방제9육군병원이 현지에 있던 여성들을 임시간호부로 편입한 내용이 담긴 문서 「南方第9陸軍病院略歷」 중 일부분.

인도네시아 주둔 제7방면군 직속 남방제9육군병원이 현지에 있던 여성들을 임시간호부로 편입한 내용이 담긴 문서 「南方第9陸軍病院略歷」 중 일부분.

해방된 건 어떻게 아셨어요?

그러니까 전쟁이 손들었다 꾼게네[하니까]. 주인도 언제 없어졌는지 모르겠고. 어느날 없어지고. 전쟁하다가 전쟁이 멈추고, 어디로 갔는지. 간다 온다 말도 없고 어디로 사라졌는고 없데요. 해방되고 나서는 일본 사람들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어디로 갔는지 없어져버렸대.

그러면 할머니하고 몇 명 남아 있었어요?

나하고 서너명 남아 있다가. 서너명 남은 것도 어디로 갔는가 없고. 올 때는 나 혼자 왔지.

다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어요?

어디로 가버렸는지 몰라. 죽었는가 살았는가.

이제 집에 돌아오시니 돈 부쳐준다더니 안 부쳐줬대요?

네. 집에 오니 어머니는 있었고, 아버지는 거 있을때 세상 떠났고. 일전 한닢도 돈이라카는 것은 없다카고. 오니까 내가 죽었다고 제사지냈다고 하더라.

연락이 없어서 죽은 줄 알았대요?

내가 글도 모르고, 편지를 안 하제. 계속 소식이 없으니 고마. 가고 나선 아무 기척이 없으니, 어디가 죽었는가 싶다고 제사 지냈다 하더라고 그 소리만 들었지. 죽었다고 제사 지냈다 캐. 내가 죽었을 거라고 내가 글을 알아서 편지를 할 수 있나. 요새같이 전화를 하는 세상인가. 고마 가고 나선, 종 무소식이께네 틀림없이 죽었다고. 제사 지냈다고.

돌아오셔서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장사했소. 생선 장사. 우짤끼요. 형편이 그러니 그리 할 밖에. 부모형제도 살려야 되고, 첫짼 나도 먹고 살아야 되고.

결혼은 안하셨어요?

난 결혼은 안했어. 결혼은 하도 않았지. 그짓을 하고 나와서 무슨 결혼을 할끼고. 영감탱이를 만나 살다가 영감은 죽었고.

엄마한테는 어떤 일을 겪으셨는지 이야기 하셨어요?

엄마보고 그 소리도 안했어. 그 소리도 안 나오데요. 아, 대강 눈치야 안 챘을까요.

『들리나요? 열두 소녀의 이야기』(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회생자 등 지원위원회 발간) p48~p75. 요약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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