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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상반기 국외추도순례(인도네시아) 추도사
  • 등록일
    2023-09-27
  • 작성자
    관리자
  • 조회수
    330
  • 2023년도 인도네시아 지역 추도순례 추도사

     

    이사장 추도사

     

    영령이시여,

    오늘 우리는 당신의 조국 대한민국에서

    1600km를 허위허위 달려와 당신 앞에 섰습니다.

    인도네시아와 뉴기니에서 원통하게 숨진 당신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수라바야로 가까이 오면 올수록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부끄러워졌습니다.

    도대체 우리가 당신의 넋을 위로할 자격이 있을까요.

     

    우리는 7시간의 국제선과 1시간여의 국내선 비행기, 그리고 5시간 동안 고속버스를 타고 이곳으로 왔습니다. 멀고도 힘든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곳 지리를 잘 아는 여행사 가이드와 척척박사 핸드폰의 도움으로 모든 정보를 사전에 제공받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어가며 오면서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떠셨습니까?

    80년 전 당신은 거의 한 달 동안 배멀미에 시달리며 이곳에 왔을 것이고, 내 나라 내 가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국을 빼앗은 일제를 위해서 싸워야 했으며, 굶주림과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도 전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을 것이고,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지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며, 그저 일제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도 전쟁이 끝나고 전범으로 처형을 당할 것이라고는 더더욱 몰랐을 것입니다.

    얼마나 원통했을까요. 얼마나 두려웠을까요.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이렇게 편히 살고 있는 우리가 당신의 그런 심정을 안다고 한다면 그것은 분명 거짓말일 것입니다. 그래서 감히 당신의 넋을 위로한다고 말하는 것이 두렵고 죄송스럽습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무엇이었나요.

    고막을 찢는 연합군의 총알과 공습을 받으며

    자카르타, 스마랑, 암바라야, 수라바야, 뉴기니

    아무리 들어도 정이 붙지 않는

    낯선 밀림과

    차가운 바닷속에서

    속절없이 스러져갈 때

    혹여

    꿈에도 잊지 못한 아부지, 엄니와

    돌아서며 눈물 흘리던 각시와

    얼굴조차 가물가물한 새끼들과

    동구 밖까지 따라오던 동생들과

    사시사철 아름답던 고향의 산내들이

    눈에 밟히고 또 밟히어

    차마 눈조차 감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요.

     

    그러면서도 당신은 우리에게

    머리칼 한 올, 손톱 한 개, 옷 한 조각 남기지 못하고,

    그저 일본군의 한 병사로서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정말로 소중한 두 가지를 남기셨습니다.

    핏줄을 남기셨습니다.

    오늘 당신이 그토록 보고 싶어 했을 아들과 딸, 손자들이 바로 눈앞에 와 있습니다.

    당신은 이들의 가슴 속에 다정한 아버지와 그리운 할아버지로 영원히 살아계실 것입니다.

    또 하나,

    위대한 대한민국을 남기셨습니다.

    당신은 이제 힘없는 조선의 백성이 아니라

    세계 속에 우뚝 선 당당한 대한민국의 주춧돌을 놓으신 분입니다.

    당신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도 없습니다.

    대한민국이 커 가면 커 갈수록, 번창하면 번창할수록

    우리는 당신의 희생을 기억하고 또 기억할 것입니다.

     

    님이시여!

    인도네시아와 뉴기니에서

    잠시 피었다가 하염없이 떨어지는 꽃잎처럼

    20대의 꽃다운 나이에

    홀홀히 우리의 곁을 떠나간 그리운 님이시여.

    이제는 모든 고통, 원망, 그리움, 미련을 내려놓으소서.

    그 짐들은 이제 우리가 나눠지겠나이다.

     

    그 약속의 징표로서

    오늘 이곳에서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추도식을 올리오니

    하늘나라에서 후손들의 안녕을 빌어주소서.

    대한민국의 번창을 굽어살피소서.

     

    그리고

    부디

    영면하소서.

    2023826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 심 규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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